I.INTRODUCTION
치아의 발생은 미리 결정된 방식에 따라, 다양한 인자들이 복합작용 하는 과정이다1). 여기에는 특별한 상피세포와 결합 조직들이 관여하며, 치성낭(Odontogenic cyst)과 치성종양 (Odontogenic tumor)은 이러한 세포 요소들로부터 유래할 수 있다2). 이처럼 치성낭과 치성종양은 같은 근원(Source)을 공유하지만, 생물학적 측면에서의 양상이 다르다. 치성종양은 치성낭에 비해 더 파괴적이고 다양한 예후를 보인다3).
치성낭과 치성종양은 상하악에서 자주 발생하며, 조직병리 검사로 분류하고 구분한다4). 이들은 조직병리학적 성질이 서 로 다르므로 치료법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치성낭의 이장 상피(Lining epithelium)는 암종이나 종양으로 신생물전환 (Neoplastic transformation)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부 치성낭은 치성종양과 함께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치성낭의 이장상피는 법랑모세포종(Ameloblastoma)이 나 선양치성종양(Adenomatoid odontogenic tumor, AOT)등 의 치성 신생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5). 이처럼 같은 부위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치성낭과 치성종양의 경우, 오진을 내리는 사례가 발생하기 쉽다6-7).
본 증례는 치성각화낭과 법랑모세포종이 함께 발생하였다. 이 병소의 임상병리학적인 특징을 살펴보고 관련 논문을 검토 함으로써, 이 병소가 치성낭에서 치성종양으로 전환하였을 가 능성과 그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II.CASE REPORT
1세 남자 환자가 2014년 1월 28일 우측 하악각의 종창을 주소로 전남대학교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외래에 내원하 였다. 이 환자는 2013년 10월 우측 하악 구치부 부위에서 처 음 통증을 느끼고 2013년 11월에 제1대구치를 발치하였다. 고혈압과 당뇨로 각각 10년과 5년째 복약중이고, 4~5년 전 심장 스텐트 삽입 술 후 복약 중이었으며, 알려진 가족력은 없었다.
구외검사 결과 우측 하악 구치부 부위 에서 부종과 경결감 이 관찰되었고 촉진에 대한 압통을 호소하였다. 구내검사에 서는 전반적으로 치은 발적이 관찰되었고, 우측 하악 제2대구 치에 동요도가 없었으며 타진반응엔 음성이었다. 파노라마 방사선사진 판독 결과, 우측 하악 구치부 부위에 거품 모양의 불명확한 다방성 방사선 투과상의 커다란 골내 낭성병소가 관찰되었다. 경계는 전반적으로 명확하였다(Fig. 1).
방사선 전산화 단층촬영에서는 우측 하악체에서 경계 가 잘 지어진 비누거품 모양의 방사선 투과상이 관찰 되었다. 협측골이 얇고 팽융 되었으며 조개껍질 모양 의 경계를 보였다. 설측골은 함입의 양상을 보였다 (Fig. 2). 판독 결과, 법랑모세포종으로 진단하였다.
2014년 3월 7일 전신마취 하에 우측 하악 구치부 부위의 병소를 절제하였다. 골결손 부위를 보완하기 위해 장골에서 골을 채취하여 이식했다. 수술 전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법랑 모세포종으로 예상한 병소에 대해 수술 후 조직병리학적 검사 를 시행하였다. 헤마톡실린 & 에오신 염색 하에 저배율(5배 율)의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커다란 낭(Cyst)이 관찰 되었다. 낭의 벽(Wall)은 대부분 균일한 5~8개의 중층편평상 피세포층으로 이장되어 있으며 각질을 형성하였다. 책상배열 된 기저세포층과 소실된 상피돌기(Rete peg) 등은 치성각화 낭의 조직병리학적 특징이었다(Fig. 3). 고배율(20배)의 광학 현미경에서는 기저세포층의 핵이 역극성(Reverse polarization) 이었고, 원주상 모양으로 배열되어 외부 경계를 이루었으며, 중심부는 성상세망과 유사한 세포인 삼각형 또는 별모양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었다(Fig. 4). 또한 치성각화낭을 이장하 는 편평상피세포층의 두께가 증가하면서 여포 주변의 기저층 부분에서는 법랑모세포종성 변화가 관찰되었다(Fig. 5). 수술 후 현재까지 5개월간의 추적관리에서 병소의 재발은 없었다.
III.RESULTS
치성낭종과 치성종양은 치아의 발생기관과 관련된 조직에 서 유래하는 독특한 병소이다. 이들은 치성상피라는 같은 근 원을 지니지만, 치아의 발생 과정동안 다양한 세포가 미리 결 정된 방식에 의해 복합적인 분화과정을 겪으므로 그 과정에서 다양한 조직학적 변이를 보이고 공격성도 매우 넓은 범위에 걸쳐있다8).
조직병리학적으로 확립된(Established) 병소가 한 병소에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치성신생물을 혼성(Hybrid) 또는 복합 (Combined) 병소라고 부른다9). 이 증례의 경우에도 치성낭 (치성각화낭)과 치성종양(법랑모세포종)이 동시에 발생한 증 례이므로, 일종의 혼성병소라고 할 수 있다. 혼성병소는 범위 가 매우 넓을 뿐만 아니라, 공격성이나 재발성 등의 병리학적 양상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9). 또한 이에 대해 보고된 증례 또한 많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본 연구는 치성낭과 치성종양이 동시 발생한 혼성병소에 관한 문헌들을 조사해서 요약해 보았다. 전남대학교의 온라 인 중앙도서관 학술자료 검색을 통해 2000년 이후 총 16개의 논문에서 18개의 증례를 찾을 수 있었다. 혼성병소를 형성한 치성낭은 함치성낭이 12개(66.7%)로 가장 많았고, 석회화치 성낭(Calcifying odontogenic cyst)이 4개(22.2%), 치성각화 낭과 진성각화치성낭이 각각 1개씩(5.6%)이었다. 치성종양 중에서 혼성병소를 가장 많이 형성한 종양은 선양치성종양 (Adenomatoid odontogenic tumor)으로서 7개(38.9%)였고, 법랑모세포종이 6개(33.3%), 법랑모세포섬유종(Ameloblastic fibroma)이 3개(16.7%), 치아종(Odontoma)와 치성섬유종 (Odontogenic fibroma)가 각각 1개(5.6%)씩 이었다. 발생부 위별로는 하악 구치부가 11개(61.1%)로 가장 많았고, 상악 구치부가 3개(16.7%), 상하악 전치부가 각각 2개씩(11.1%)이 었다(Table. 1).
혼성병소와 같은 병소의 혼합(Mixture)형성의 생물학적 기 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의 병변에서 또 다른 병변으로의 전환은 병리학적으로 가능하다9). Table. 1에서 치 성낭과 가장 많은 혼성병소를 형성한 치성종양인 선양치성종 양은, 천천히 성장하고 상악 전치부에 호발하며10), 전체 치성 종양 중에서 약 3%를 차지한다11). 선양치성종양의 기원에 대 해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일부 학자들은 함치성낭의 치 성상피에서 유래한다고 믿는다12). 이 가설은 Table. 1에서 선 양치성종양과 가장 많은 혼성병소를 형성한 치성낭이 함치성 낭이며, 함치성낭 스스로도 치성종양과 가장 많은 혼성병소를 형성했다는 결과와 잘 부합한다.
Table. 1에서 두 번째로 많은 혼성병소를 형성한 치성종양 은 법랑모세포종이다. 법랑모세포종은 법랑질 형성까지 진행 되지 않은 법랑질 타입의 유기조직 신생물이다13). 치성종양 중 10~3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며, 모든 치성낭과 종양 중에서는 약 1%정도를 차지한다6). 여포형(Follicular)과 망상형(Plexiform)이 가장 흔한 아형이고, 각각은 전체 법랑 모세포종 중에서 32.5%와 28.2%를 차지한다14). 법랑모세포 는 천천히 성장하고, 국소적으로 침습적이며, 악성을 나타내 는 경우가 드물다15). Table. 1에서, 법랑모세포와 혼성병소를 형성한 치성낭 6개 중 5개가 함치성낭 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함치성낭은 법랑모세포종(특히 단낭성법랑모세포종)과 임상 적, 방사선학적 소견이 비슷해서 감별하기 어려우므로, 조직 학적 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6).
함치성낭은 Table. 1에서 가장 많은 혼성병소를 형성한 치 성낭이다. 함치성낭은 미맹출 치아의 치관을 여포로 둘러싸 고 있는 발달성(Developmental)낭종으로, 10-30대에 호발하 며, 미맹출 제3대구치나 상악 견치와 연관되어 발생한다. 방 사선 소견에서는 단방성의 투과상을 보인다. 조직학적 소견 에서는 2~4층의 두께로, 편평하거나 입방형의 상피로 이장되 어 있다. 함치성낭은 유순한(Docile) 병소지만, 드물게 화생 (Metaplasia)이 발생할 위험을 지니고 있다16). 특히 함치성낭 을 둘러싸고 있는 이장층의 법랑모세포성 전환 가능성에 대한 증례들이 최근에 많이 보고되고 있다17- 18)
본 논문의 환자는 치성각화낭과 법랑모세포종이 동시에 발 생하였다. 치성각화낭은 다른 치성낭에 비해 공격적인 성향 을 보이며 재발 빈도가 높다19). 그래서 2005년 세계보건기구 (WHO)는 이전까지 치성낭종으로 분류하던 치성각화낭을 치 성종양으로 분류하였다20). 치성각화낭은 높은 증식잠재력을 가지지만, 종양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에 대해 Eisuke Kichi 등21)은, 세포주기조절 기전으로 설명하였다. 기 저층이나 중간층보다 이장상피의 세포증식성이 높지만 세포 사멸(Apoptosis)도 주로 이장상피층에서 조절된다. 세포사멸 에 의해 형성되는 풍부한 각질과 치성낭벽에서의 삼출액으로 인한 치성낭 내강의 확장으로 치성각화낭은 낭성병소(Cystic lesion)로만 관찰된다는 것이다.
치성낭과 치성종양의 상피세포 증식지수를 이용하여 이들 의 관계를 연구하는 보고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W.
Thisaporn 등은 치성각화낭, 함치성낭, 치성각화낭, 법랑모세 포종에 대해 IPO-38 표지자를 이용하여 상피세포 증식지수를 비교하였는데, 법랑모세포종과 치성각화낭이 비슷한 증식지 수를 보였고 나머지는 모두 이들보다 낮았다고 보고하였다21). 이 결과도 치성각화낭을 양성종양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 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IPO-38에 양성을 나타낸 세포들의 위치이다. 치성각화낭에서 IPO-38 양성인 세포들은 기저층의 상부에 위치했는데, 법랑모세포종에서는 여포형과 망상형에 서만 IPO-38에 양성을 나타냈고, 특히 여포의 주변에서 두드 러졌다21). 이는 치성각화낭과 여포형 법랑모세포종의 상피세 포 증식방식에 유사점이 있으며, 치성각화낭 기저층 상부와 여포형 법랑모세포종 여포주변의 조직학적 연관성에 대한 단 서가 될 수 있다.
본 증례에서도 낭성병소를 이장하는 편평상피세포층은 그 두께가 증가하면서 여포 주변의 기저층 부분에서는 법랑모세 포종성 변화가 관찰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치성낭과 치성종양이 함께 발생한 혼성병소는 병리학적 양 상에 대한 예측이 어려우므로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9). 예 를 들어, 함치성낭은 외과적 적출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고 재발이 적지만 법랑모세포종, 점액표피암종 등과 함께 발생할 때는 더 광범위한 치료가 필요하다22).
결론적으로, 본 증례의 치성종양은 법랑모세포의 전형적 인 특징을 보여주었고, 부분적으로 나타난 상피의 이장방식 은 치성각화낭의 특징을 지녔다. 이장상피에서 법랑모세포 성 전환의 특징이 나타났다. 법랑모세포종과 치성각화낭이 동시에 발생하는 증례는 매우 드물지만(Table. 1), 치성각화 낭의 이장세포가 법랑모세포종으로 전환되는 것은 충분히 가 능하며23), 이는 치성각화낭과 법랑모세포이 이장상피의 표현 형과 유전자 프로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24). 상하악에 발생한 치성종 및 치성낭종의 진단 및 치료에서는 이 둘의 긴밀한 연관성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임상검사나 방사선사 진 판독으로 치성낭이 진단되더라도, 이장상피에 신생물의 전 환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