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NTRODUCTION
유표피낭(epidermoid cyst)은 주로 피부에서 관찰되는 양성의 낭으로 표피낭(epidermal cyst), 표피봉입낭(epidermal inclusion cyst), 각질 낭(keratin cyst)이라고도 불리며, 모 공(hair follicle)의 누두(infundibulum) 부위에서 주로 기 원하므로 누두낭(infundibular cyst)이라고도 불린다. 피부 에 발생하는 유표피낭은 주로 외상 및 외과 수술 시 표 피가 진피 내로 함입되어 발생하며, 얇은 편평상피 및 각 화층으로 이장된다.
구강악안면 영역에서의 유표피낭은 피부의 유표피낭과 명칭과 조직학적 소견은 동일하나 발생 원인은 다른데, 구강악안면 영역에서의 유표피낭은 발생 과정 중에 첫째 와 둘째 인두굽이의 융합 이상 또는 상피의 이소성 함입 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구강악안 면 영역의 태아 피부에서 기원한 발생학적 낭에는, 유표 피낭과 함께 유피낭(dermoid cyst), 진성 낭성 기형종 (true cystic teratoma)이 있으며, 유표피낭은 나머지 두 낭이 진피성분 및 다른 배엽층의 성분을 포함하는 것과 는 달리 표피 성분만으로 이장되어 있다1~3).
구강악안면 영역의 유표피낭은 구강저, 혀 등의 중앙 표층부에 호발하며 크기가 클 경우에는 심부의 이설골근 이나 악설골근 및 이하부(submental area)까지 확장되어 인두강을 좁히고 혀를 재위치 시켜 호흡과 연하에 방해가 될 수 있다2,4~6). 또한 드물게는 심부의 편측 악하선 주변 부로 발생하기도 한다7~10). 본 연구에서는 좌측 악하선에 인접하여 발생한 유표피낭의 증례에 대해 보고하고자 한다.
II.CASE REPORT
2014년 8월, 40세 여환이 7개월 전부터 좌측 턱 아래 부위의 종양의 크기가 점차적으로 커진다는 주소로 타병 원에서 타액선 종양이 의심되어 강남 세브란스병원 구강 악안면외과에 의뢰되어 내원하였다. 환자는 2개월 전부터 병소가 두드러지게 성장한 것 이외, 다른 임상 증상이나 기 능 장애는 없었다. 흡연 이외 특기할만한 병력은 없었다. 임상 검사 결과, 좌측 악하선 주변으로 지름 약 2.3cm의 파동성을 지닌 안면 종창이 관찰 되었고, 촉진 시에 불편 감은 있었으나 경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구강 내로는 종창이 관찰되지 않았다. 파노라마 촬영 시, 타석 등의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고 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좌측 악하선이 크기가 커진 상태였고, 악하선 전방에 경계 가 명확한 2.0×1.5×2.0cm의 병소가 관찰되었다(Fig. 1(A)~(B))). 병소는 T1 상에서 낮은 신호와 T2 상에서 높은 신호를 보여 내부가 액체로 이루어져 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11). 타병원 및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각각 세침흡 인생검을 한 차례씩 시행하였으며, 세침흡인생검 결과는 관찰 가능한 세포가 관찰되지 않아 진단에 부적합 (material insuffi- ciency) 판정을 받았다. 임상적으로, 다형성 선종(pleomorphic adenoma), 와르틴종양(Warthin’s tumor) 와 선양낭성 암종(adenoid cystic carcinoma) 등의 타액선 종양으로 가진단(tentative diagnosis)하고 병소의 절제술 을 계획하였다.
수술 소견에서 병소는 악하선과 인접하지 않고 전방부 에 독립적으로 존재하여 쉽게 절제가 되었으며 경계가 명확하였다. 병소를 갈라봤을 때 내부는 빈 공간을 지닌 낭성 병소의 형태였고 노란 치즈 같은 끈적끈적한 물질 이 병소 내부의 가장자리에 차있었다(Fig. 2(A)~(B)).
조직병리 검사 결과, 병소는 얇은 층의 중층편평상피로 이장된 낭이었으며, 낭의 내부에는 여러 층의 케라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다. 일부 부위에서는 이장 상피의 부 분적 파열과 함께 케라틴, 만성 염증세포 및 케라틴을 포 식하는 이물거대세포들(foreign body giant cell)로 이루어 진 가성낭포들이 관찰되었는데(Fig. 3(A)~ (D)), 이러한 부위는 세침흡인생검 부위로 추정되었다. 상피 하방은 대 부분 가는 섬유성 결합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부분적 으로 림프구를 비롯한 만성 염증세포의 침윤이 관찰되었 으며, 모낭이나 피지선, 땀샘 등의 피부 부속기관은 관찰 되지 않았다. 이상의 조직병리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유 표피낭으로 진단하였다.
IV.DISCUSSION
유표피낭이 악하선 근방에 발생할 경우에는 타액선 종 양과 드물게는 악하선에 인접하여 발생한 아가미틈새낭 (branchial cleft cyst)12), 하마종(ranula) 또는 점액류 (mucocele)13), 낭림프관종(cystic hygroma)14)등과 감별이 필요하다. 또한, 타액선 종양 중 낭성 변화를 보일 수 있는 다형성 선종, 저등급 점액표피양 암종(low grade mucoepi- dermoid carcinoma), 와르틴 종양, 선양낭성 암 종, 낭선종(cystadenoma) 및 낭선암종(cystadenocarcinoma) 등과 감별이 필요하다.
낭성 변화를 동반한 타액선 종양은 선조직으로 구성된 종양 조직의 증식이 주로 관찰되고, 종양 조직의 일부가 낭성 변화를 보일 수 있는데, 이 때 낭 구조는 단일 낭의 형태이기 보다는 다수의 낭 구조로 관찰된다. 반면 유표 피낭은 단일 낭의 구조를 띤다.
케라틴이 관찰된다는 점에서 타액선 종양 중 다형성 선종과 유표피낭은 공통점을 지니지만, 다형성 선종에서 는 케라틴이 국소적으로 관찰되고 주로 동심원을 이루며 층을 형성하는 케라틴 펄(keratin pearl)의 형태로 나타나 는 것에 비해15), 유표피낭은 각화된 중층편평상피만으로 낭이 이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감별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유표피낭과 타액선 종양의 조직병리학적 감 별점은 뚜렷하지만, 임상 및 방사선학적으로는 감별이 어 려울 수 있다. 특히 타액선 종양 중 피막이 잘 형성되어 있고 주변과 경계가 명확한 단일 병소로 내부 낭성 변화 의 비율이 높을 경우는 자기공명영상의 T1상에서 낮거나 중간 정도의 신호를 보이고 T2상에서 높은 신호를 보여, 진성 낭과 영상학적으로 구분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11). 본 증례에서는 병소가 방사선 상에서 악하선의 전방부에 연결되어 있는 경계 명확한 타액선 종양으로 가진단하였 으나, 실제 수술 시 관찰된 해부학적 위치는 악하선과 독 립적으로 위치하고 있어 별개의 병소임을 확인할 수 있 었다.
일반적으로 구강악안면 영역의 유표피낭은 표층부에 호발하여 생검이 어렵지 않으나 악하선 근방과 같이 심 부에 발생하면 구강에서 접근하는 생검이 쉽지 않아 절 제에 앞서 세침흡인생검을 시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낭 성 병소의 세침흡인생검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본 증 례에서와 같이 세침흡인생검을 반복해서 시행하여도 병소 내부 액체만 흡인되고 진단에 필요한 세포의 양이 부적 절할 수 있다. 또한 악성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낭성 병소 에서 세침흡인생검 시 위음성 진단 비율은 50%에서 67% 에 이를 정도로 부정확한 편이다16). 유표피낭이나 유피낭 과 같은 각화성 낭의 세침흡인생검 시 소량의 편평상피 를 포함하여 대부분 케라틴성 물질이 흡인이 된다. 각화 성 낭의 케라틴성 물질의 흡인이 부족할 경우는 아가미 틈새낭, 낭성 전이 편평세포암종도 이와 유사한 소견을 보일 수 있어 감별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흡인 시 낭 구조의 부분적 파열이 발생하게 되면, 이후 조직병리 검 사에서 염증 반응과 케라틴에 대한 이물반응이 발생하게 되는데, 세침흡인생검의 과거력이 제공되는 경우에는 이 를 감안한 조직병리 진단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 우는 조직병리 진단에 혼란을 줄 수 있다17,18). 따라서 내 부가 액체로 판단이 되는 낭성 병소의 경우는 절제에 앞 서 세침흡인생검을 시행하기 보다는 영상학적 정보를 바 탕으로 직접적인 절제를 통한 병리 진단이 더 적절하다 고 판단된다.